동네 임장을 마치고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를 보기위해 호기롭게 부동산 여러군데에 연락했고,
일정을 30분단위로 전부 다른 부동산으로 잡아 거의 10개의 단지를 하루만에 돌아보았다.
사실 집을 많이보러다니면 그 집이 그 집인거 같고 구조며 가격이며 생각나는게 별로 없었다.
돌아다니다보면 광고된건 5억인데 4억9천까지 되는 집이에요. 라는 식으로 종종 소개받는다.
그런데 집을 너무 많이 보다보니 어떤 집이 그집이었는지도 기억이 안났다.
그리고 조망이 가리는지 해는 잘드는지 인터리어가 괜찮았는지 뒤늦게 기억이 안나 고민에 빠졌다.
처음 돌아다닌 후 머릿 속에 남는게 없어 새롭게 전략을 짰다.
방문하기 전에 미리 그집의 가격과 구조, 방향, 일조를 체크하고 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아래의 예시는 고층이지만 동향이어서 오전만 해가들어오는집과
저층이지만 11시 이후부터 오후까지 일조가 괜찮은 단지의 비교이다.
동향 고층매물
남서향 저층매물
나는 실생활이 목적이었으므로 저렴한 매물을 찾다보니 저층이나 동향이 많았다.
그런데 저층이라도 일조가 좋은 곳이 있고, 지금은 좋지만 곧 막힐 예정인 곳이있고, 영구조망과 비슷하게 일조가 들어오는 곳이 있다.
중개소 소장님은 해당매물의 장점위주로 이야기하겠지만 매수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물건의 단점도 미리알아야한다. 그래야 사전협상에 유리하다.
예를들어 소장님이 "이 집은 고층이고 조망도 잘나와서 로얄 매물이에요." 라고 소개한다면,
나는 "동향이어서 일조도 약한편이고 건너편 재개발로 곧 조망도 막힐거 같은데... 이거말고 더 저렴한 매물도 있죠? 이 집은 얼마라 했지요?"라는 식으로 가격 절충을 위한 대화를 한다.
그러면 소장님도 한번 집주인분과 상의를 해본다고 하는데 몇 시간 뒤에 이런식으로 다시 전화를 주신다.
"집주인분이 1천만원 더 깎아준다고 하네요~" 혹은 "그때 봤던 집은 아닌데 남향에 고층인데 그전 집과 같은 가격에 나왔습니다."라는 식으로 좋은 매물이 나오면 먼저 소개도 해주신다.
참고로 소장님도 아무런 피드백도 없는 손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집을 단순히 구경하러 와서 매수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깎으려고 하거나, 이사날을 당기고 싶다거나, 잔금일을 미루고 싶다와 같은 자신의 조건을 이야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한번의 임장을 실패하고 사전에 해당 단지의 최저가, 향, 층, 일조, 조망 정도를 살펴보고 둘러보니 훨씬 더 기억이 잘됐다. 그리고 출력해갔던 종이에 한 단지를 둘러볼때마다 관련 내용을 작성해두었다.
그런데 계속 임장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었으나 나의 집이 매도되지 않아 헛수고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거 끝은 보자라는 마음으로 거의 2개월간 매주 3~4개의 집은 둘러봤다.
봤던집도 다른 부동산에 연락해서 또 보기도했다.
그러면서 대략 6가지 정도의 매도자 유형이 나왔다.
- 분양받은 새집으로 이사 예정이거나 세입자에게 돈을 줘야하는 경우(돈이 급한 매도자)
- 보유세가 많이 나와 6월1일 전에 명의라도 먼저 넘기고자 하는 경우(세금이 부담인 매도자)
- 집이 오랜기간 팔리지 않아 어떻게라도 처분하고 싶은 경우(공실로 장기간 두고있던 매도자)
- 대출 등의 문제로 명의정리를 위해 계약금과 중도금만 먼저 받고 등기를 먼저 가져가길 희망하는 경우
- 1~2년내로 입주할 집은 있는데 현재 거주 중인 집값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여 미리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
- 현재 입주중인 신축아파트로 급하게 던지는 경우(잔금 연체율이 부담인 매도자)
이렇게 유형을 구분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다음에 집을 매수하게 될때는 이것부터 물어봐야겠다.
"지금 집주인분은 그집 왜 판데요?" 이 질문을 통해 어떤 유형의 매도자인지 파악해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나의 경우 아무리 싼집이라도 등기를 최대한 늦게 가져오면서 대출을 받아야하므로 매도자 유형 중 2, 4 번의 경우는 살수가 없었다.
당시 조정지역의 2주택을 보유 중이 있으므로 대출 가능여부와 취득세를 생각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살 수 있는 집들을 추려내어 와이프와 함께 임장을 세번 정도 갔다.
그리고 그 중 둘다 마음에 드는 집,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와이프는 별로라는 집, 나는 후순위인데 와이프는 괜찮다는 집 순으로 나열해두었다.
그러던 어느 금요일날 부동산에서 내가 살던 집을 보고싶다고 연락이 와서 설마 팔릴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에 바닷바람이나 쐬고 올까 했었는데 봤던 분들이 사겠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팔려고 했던 가격보다 낮게 팔았지만 당시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시장이고 지금 안팔면 언제 팔릴지 모르기에 바로 계좌를 보냈고 가계약금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매수를 위해 지난번에 집을 보여줬던 부동산에 전화했다.
"소장님 저희집이 방금 팔렸습니다. 내일 조건맞으면 바로 계약금 송금할테니 와이프랑 최종적으로 한번만 더 보러 갈게요. 00시에 가도될까요."
1,2,3순위로 뒀던 아파트 단지를 1시간 단위로 각각 다른 부동산에 방문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내가 매도하고자 하던 가격보다 2천만원 이상 낮게 팔았으므로 내가 소개 받았을때 들었던 가격보다 2천만원 이상 깎고 말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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